누구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안 좋은 이야기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솔깃하여 자신도 모르게 나쁜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뒷담화를 옮기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의 안좋은 이야기를 부풀려서 말하고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하면서 뿌리고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의 치명적인 함정
이들은 늘 주변을 서성거리며 "이거 진짜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라며 은밀하게 미끼를 던집니다. 인간의 본성은 타인의 불행이나 안 좋은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솔깃하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많은 이들이 이 미끼를 덜컥 물고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곤 합니다.
"자신의 얼룩을 남의 오물로 가리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들의 위안일 뿐이라네. 궁정의 하수구 같은 남의 은밀한 뒷이야기를 수집해 옮기는 자들의 입에서는 언제나 지독한 악취가 나지. (...) 당신이 누군가의 흉터를 가리키는 순간, 세상은 당신의 손가락에 묻은 먼지를 먼저 본다네."
나도 이런 친구가 있다. 우리집에 가끔 놀러오면 친구 K군은 다른 사람 이야기로 말을 꺼낸다. "있잖아요? 그 👨🏻 집사 이상해, 제정신이 아닌것 같아. 어떻게 그렇게 힘든 척을 하는지"로 시작하는 말들은 늘 똑같았다. 어떤 새로운 내용을 전달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다.
더 이상에 이런 더러운 것들에 나의 시간을 쓰고 쉽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가 거는 전화를 받는 횟수도 서서히 줄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집에 들르겠다고 물을때는 가족여행, 몸살, 시댁방문등의 핑계를 대면서 거절하고 있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들으면 솔깃하다. 나의 약점과 허물은 보지 못한채로 말이다. 어느 회사에서나 이런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런 뒷담화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탕비실 문 너머로 들린 충격적인 뒷담화, 그리고 나를 향한 화살
회사라는 공간은 참 묘하다. 하루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곳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어두운 인간의 본성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전 직장의 동료였던 B 씨는 이른바 걸어 다니는 '사내 정보통'이었다. 하지만 그 정보라는 것들의 99%는 남의 은밀한 뒷이야기나 약점이었다. 그녀의 레이더는 언제나 타인의 결점을 향해 있었고, 입을 열 때마다 누군가의 비밀을 안주가 되어 씹히곤 했다.
어느 날 오후,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던 나는 우연히 B 씨가 다른 직원과 나누는 은밀한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날의 타깃은 놀랍게도 나, 그리고 우리 팀원들이었다.
"얘기 들었어? 김 과장님 말이야. 이번 프로젝트 기획서 몇 번이나
반려당했잖아. 솔직히 능력보다는 줄 잘 서서 그 자리 올라간 거라니까? 집안에
돈은 좀 있는지 옷은 번지르르하게 입고 다니면서 일은 밑에 애들 다 시키잖아."
B 씨의 목소리에는 묘한 활기가 넘쳤다. 그녀의 폭로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동기인 A 대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A 대리 알지? 이번에 주식 하다가 크게 물렸다나 봐.
출근해서 맨날 모니터에 차트 띄우면서 수시로 보고 있더라고. 저러다 회사 돈에
손대는 거 아닌가 몰라. 사람이 유약해 보이더니 역시 중심이 없어."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계약직 여직원 C
씨에 대한 험담이었다.
"그 계약직 C 씨 있잖아. 싹싹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얼마 전엔
부장님이 퇴근길에 차로 데려다주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더라고. 어떻게든 정규직
전환되려고 아주 눈물겨운 노력을 하더라니까? 겉으론 순진한 척하면서 속은
구렁이야."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은 나에게로 향했다.
"참, 이번에 같이 일하는 걔(나) 말이야. 겉으로는 엄청 쿨하고 일
잘하는 척하지? 사실 저번에 거래처 실수 크게 했던거 과장님이 덮어준 거잖아.
인맥으로 버티는 거지, 실속은 하나도 없어. 내가 옆에서 보니까 딱 견적
나오더라고."
순간 탕비실 문을 열고 들어가 그 비열한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억울함과 분노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언제 거래처 실수를 숨겼단 말인가?
악의적으로 왜곡된 소문들이 B 씨의 입을 거치며 마치 기정사실처럼 포장되고
있었다.
복수의 유혹: 똑같이 오물통에 발을 담글 것인가?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단톡방에 그 사실을 폭로하고, B 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추잡한 말들을 똑같이 돌려주고 싶었다. 김 과장님에게, A 대리에게, C 씨에게 "B 씨가 당신 욕을 이렇게 하고 다닌다"라고 일러바쳐 그녀를 고립시키고 싶다는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나도 역시 분노에 휩싸여 B 씨의 악행을 폭로하고 다닌다면, 나 역시 그녀가 만든 오물통에 발을 담그는 꼴이 되는 것이었다. 남의 허물을 들추어 내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순간, 나 또한 B 씨와 다를 바 없는 '결점 등록기'이자 악취 나는 하수구가 되는 셈이었다.
세상에 흠결 없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B 씨는 사실 자신의 내면에 가득 찬 불안, 열등감, 무능력이라는 얼룩을 감추기 위해, 타인의 오물을 끌어다 전면에 배치했던 가련하고 결핍된 인간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진흙탕에 들어가 똑같이 진흙을 던지는 대신, 제 '가운'을 하얗고 깨끗하게 유지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침묵과 격리가 만든 최고의 복수, 그리고 B 씨의 결말
그날 이후, 저는 대처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B 씨를 대할 때 세 가지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 동조하지 않기: B 씨가 슬쩍 타인의 뒷담화 미끼를 던질 때, 영혼 없는 리액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래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하고 화제를 철저히 업무로 돌렸습니다. 동조자가 없으면 뒷담화꾼은 힘을 잃습니다.
✅ 사적 거리두기: 집근처에 살며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집에 들르겠다는 고향 친구 K군의 전화를 서서히 줄이고 가족여행, 몸살 등 정중한 핑계로 거절하듯, B 씨와의 사적인 소통 채널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 내 일에 집중하며 피해자 연대하기: 소문 속에서 가장 약자였던 계약직 C 씨에게 오히려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더 건넸고, 제게 주어진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해 내는 것으로 제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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